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**추사 김정희(秋史 金正喜)**는 1840년(헌종 6년) 제주도 대정현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. 이 기나긴 유배 생활 중, 그는 가장 절절하고 슬픈 시 중 하나인 **도망시(悼亡詩) '배소만처상(配所輓妻喪)'**을 남겼습니다.
'배소만처상'은 **'귀양지에서 아내의 상을 당하여 지은 만시(輓詩, 상여 앞에서 부르는 슬픈 노래)'**라는 뜻으로,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비통함과 사무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.
😭 원문과 깊은 뜻
추사가 아내 예안 이씨의 부고를 듣고 지은 이 시는 단 네 구절로 이루어져 있지만, 그 슬픔의 무게는 어떤 장문의 글보다 무겁습니다.
| 한자 원문 | 한글 독음 | 티스토리 독자를 위한 해석 |
| 那將月姥訟冥司 | 나장월노송명사 | 어찌하면 저승의 **월하노인(月下老人)**에게 소송을 걸어, |
| 來世夫妻易地爲 | 내세부처역지위 | 다음 세상에서는 부부가 서로 역할을 바꾸어 태어나게 할까. |
| 我死君生千里外 | 아사군생천리외 |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아 천리 먼 귀양지에 홀로 남게 하여, |
| 使君知我此心悲 | 사군지아차심비 | 그대로 하여금 지금 내 마음의 이 극한의 슬픔을 알게 했으면! |
💔 이 시가 슬픈 이유: 배경 이야기
이 시가 조선 시대 최고의 도망시로 꼽히는 이유는 그 배경에 있습니다.
- 유배지의 비극: 추사는 제주도 유배 중이었고, 아내 이씨는 한양 본가에 있었습니다. 1842년 아내가 세상을 떠났지만, 당시 열악한 통신 환경 때문에 추사는 한 달이 지나서야 부고를 전달받았습니다.
- 뒤늦은 후회: 추사는 아내가 이미 사망한 줄도 모르고 사랑과 염려가 담긴 편지를 계속 보냈습니다. 이 사실을 알게 된 후, 임종은커녕 마지막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는 비통함과 뒤늦게 도착할 편지에 대한 미안함이 그를 짓눌렀습니다.
- '역지사지'의 절규: 시의 마지막 두 구절은 "다음 생에는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아, 이 천리 먼 귀양지에서 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겪어보게 하고 싶다"는 뜻입니다. 이는 단순히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, 자신이 겪는 이 고통이 얼마나 극한인지를 배우자에게 절규하듯 토로하는 것으로, 애절함이 극에 달한 표현입니다.
추사 김정희의 '배소만처상'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유배라는 현실적 고통이 겹쳐 만들어낸, 시대를 초월하는 슬픈 사랑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.
- 도망시(悼亡詩)의 단어적 의미
- 悼 (도): 애도하다, 슬퍼하다 (lament, mourn)
- 亡 (망): 죽음, 사라짐 (death, demise)
- 詩 (시): 시 (poe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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